‘금정굴’ 민간인 희생자, 이제는 편히 잠들까?(한겨레신문)
2018.09.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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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굴 위령사업 조례’ 8년 만에 고양시 의회 통과
전국 66번째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조례’
유해 153구와 유품 안치할 전시관 건립될 듯
6.25전쟁 기간인 1950년 10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발생한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인 ‘고양 금정굴 사건’에 대한 위령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5일 고양시와 시 의회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달 31일 고양시 의회 본회의에서 ‘고양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 시 의원 33명 중 찬성 24명, 반대 8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조례가 제정된 것은 전국 지방정부 중 66번째다. 고양시의 조례안은 8년 전 전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2011년부터 6차례나 시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보수 단체와 정당의 반발로 상임위에서 부결이 반복됐다.
이번에 김미수(더불어민주당) 시 의원 등 19명이 공동 발의한 조례안은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위령·추모 사업 △희생자와 관련된 자료의 발굴·수집, 발간 △평화와 인권 회복·민족 화해를 위한 교육 △희생자를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을 고양시 지방 보조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진상 조사와 사법적 판단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숨진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들이 전국적으로 확인됐으며 그 대표적 사건이 고양 금정굴이다.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해 평화와 인권 회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조례 제정 이유를 밝혔다.
고양지역 23개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는 성명을 내어 “금정굴 학살은 고양시의 아픔이었다. 국가에 의해 자행된 반인륜 범죄에 대해 반성하고 더 이상의 억울함과 아픔이 없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준 고양시장은 지난 6월 한 시민단체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금정굴 추모비 건립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을 제시했고 그것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책무가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있다. 민선 7기에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금정굴이 포함된 사유지인 탄현근린공원을 매입해 시민녹지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금정굴사건은 1950년 10월9일부터 약 20일간 고양경찰서의 지휘 아래 경찰과 우익단체 회원들이 북한군 부역 혐의자와 그 가족 등을 재판없이 집단 살해한 뒤 고양 금정굴에 매장한 사건을 말한다. 금정굴에서는 1995년 최소 153명의 유골이 발굴돼 23년째 병원 창고와 납골당을 떠돌고 있다. 희생자들의 옷·신발·거울·허리띠 등 유품 830여점은 충북대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소장은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유해를 안치하고 유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작은 평화공원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조례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어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다수당의 횡포 앞에 또 한 번 민주적 의회 정치를 역행하는 심각한 적폐 행위가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번 졸속 처리된 금정굴 관련 지원 조례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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