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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추도시

 

아무 말 없는 금정굴

 

서영선(시인, 전 강화유족회 회장)

 

 

울컥 눈물을 참으며 금정굴에 왔다

 

이 가을

높고 푸른 오늘

그대들은 아무 말이 없나요

 

살얼음판 반백년이 흐르고

말 없는 금정굴에

또 이렇게 와야 하나요

 

이승만 정부에서 살았다는 것

분단된 땅에서 살았다는 것

그것밖에 없는데

줄줄이 묶여

깊고 깊은

금정굴에 떨어지던 날

나는 이 길을 알리려고 도장을 주머니에 간직 했었지

먼 훗날에 햇볓을 맞이하려고

 

무슨 죄가 많아 컴컴한 수직광속에 몸을 맡겨야 했나요

땅과 겨레를 두 갈래로 갈라놓고

큰 소리 칩니다

 

억울한 죽음은 구천을 떠돌고

한없이 착하고 인자 하셨던 아버지 어머니

편안이 누이실 자리를 아직도 마련을 못했습니다

우매한 자식들을 용서 하소서

 

그러나 우리 유족들은

탐욕스런 정권에서 희생 되신 부모님 묻히신 이곳에

연좌제에 묶이어 발길을 끊었다가

1995년 가을 상면을 했습니다

칭칭 따은 머리는 어느 누나의 것이었을까

새까만 목비녀는 어느 어머니의 것이었을까

 

야만의 세월 폭악의 정치

이제 그들은 읍하고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반도덕적이고 반인륜적 야만인들이

아직도 반성을 할 줄 모릅니다

 

한살 먹은 아기도

살림만 하던 부녀자

70넘은 노인도

빨갱이가 되어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역사의 만행으로 사그라진 뼈

찢긴 영혼

감쌀 때까지

굳건히 유족들

용기 백배 열정 백배

그렇게 싸울 것입니다

 

그리하여 후손들에게

오욕의 역사 가르쳐야 하기에

평화교육관

유물관

사료관

세울 것입니다

이제는 눈물을 거두시고

평화의 집에 안착 하실 것입니다

 

하늘은 푸르고

대추 익고

감이 익는

추석을 지냈습니다

 

후손을 이어야 한다고

어린 생명 항아리 속에 숨기어

너만은 살아야 한다고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있는 나무들

억울함 처절함 다 지켜보며

같이 울었던 나무야

 

너는 알겠지

억울한 발자국

피어나는 한으로 뭉친 이곳에

보라색 들 국화야

우리의 울음에 화답해다오

 

201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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