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굴학살 진상규명 정부에서 적극 나서야(한겨레, 1995. 10. 11)
2013.09.06 16:42
금정굴학살 진상규명
정부에서 적극 나서야
제주 4‧3항쟁, 거창 양민학살 사건 등 동족상잔의 비극의 ‘유산’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경기도 고양시 일대의 양민 1천여명이 묻힌 금정굴의 역사가 밝혀져 그 아픔을 더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시 살해당한 사람들 중 대다수는 무고한 양민이라는 데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부역한 혐의가 있다면 친척까지 처형을 당했으며, 가족 전체가 몰살당해 시신을 찾더라도 그 영혼을 모셔 줄 유족조차 없는 실정이다.
남아 있는 유족들마저 ‘빨갱이’로 몰려 보복당할 것이 두려워 명절 때가 돼도 무덤마저 찾지 못하는 치욕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93년에 와서야 대형작업시설이나 전문가도 없이 사비를 털어 발굴을 시작해 현재 7백여구의 유골이 발굴됐다. 그런데 유족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정부 관련부처의 태도다. 유골발굴 관련자료가 없다고 해서 청원서마저 되돌아오는 실정인 것이다.
다시는 이런 동족상잔의 비극이 없도록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금정굴사건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고영봉/광주시 북구 운암동 미라보아파트(1995. 10. 11.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