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내포리에 잡혀있던 사람들은 9월 30일에 돌아가셨는데, 9월 22일로 날짜를 앞당겨서 기록했다. 9월 30일은 인민군이 철수하고, 국군에 의해 수복된 이후의 날이므로, 사망날짜를 당긴 것이다. 9월 22일로 날짜를 바꿔 인민군이 죽였다고 하고 있다. 주로 파주경찰서에 잡혀있던 사람들이 돌아가신 것이다. 그 시기에 인민군에 의해 돌아가신 분이 84%라고 발표했지만,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한국전쟁당시에는 경찰서가 문산에 있었다.”

이 내용은 지난 6월 6일 [평화를 품은 집]에서 열린 ‘인문의 숲을 거닐다’ 시리즈 강연의 세 번째인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 고양 파주 지역을 중심으로> 강연의 내용이다.

 

발표에 나선 신기철씨는 2004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2006~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조사팀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재단법인 금정굴인권평화 재단 부설 인권평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국가 폭력의 진실을 마주했다.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이 우연적,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치밀한 국가범죄라는 사실을 직면한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객관적인 자료를 찾고, 현장을 찾고, 사람을 찾아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했다. “국군은 왜 전쟁 초기에 그토록 허무하게 무너졌을까?” “그러면서 왜 자기 국민을 그토록 많이 죽였을까?” 이런 고민의 결과가 [국민은 적이 아니다](2014년)라는 책으로 출간되고, [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2016년)을 펴냈다.


신기철씨는 이날 강연을 통해 숫자나 전선의 이동을 중심으로 전쟁을 분석하지 않았다. 당시의 국민들이 겪은 비참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파헤쳤다. 이날 강연에 사용된 자료를 통해서 전쟁보다 더 큰 민간인 학살을 마주쳤다.

 

군인과 민간인 사망자 수 비교, 전투보다는 학살만 집중한 이승만 정권, 전쟁의 시나리오, 백선엽의 1사단, 백인엽의 17연대의 후퇴작전과 전쟁의 전국화 과정, 민간 피난민이 건널 수 없었던 한강 인도교, 공격을 중단한 인민군의 3일, 전쟁 즉시 시작된 이승만의 민간인 학살 명령, 국방경비법 비상조치령의 위헌성 등. 강사의 실증 자료를 보며 충격, 경악에 이어 알 수 없는 슬픔에 빠졌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6.25는 단순한 남과 북의 전쟁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연구 자료와 도서 또는 전쟁기록을 통해 한국전쟁은 북에 대한 남한의 방어 전쟁이자 미국과 중국, 소련의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국제 전쟁인 것이다.

이날 강사는 말했다. 국가권력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전쟁이라는 국난을 틈타 아무 죄도 없는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밀었으며, 이유조차 알지 못한 그들을 죽음의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고.

 

지금도 이산가족의 한이 풀리지 않고, 오두산 전망대에만 올라도 내다볼 수 있는 북한이 이 지구에서 가장 먼 나라가 된 현실. 북한을 증오하거나 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시절. 분단과 이념대결로 체제를 유지하던 권력때문에 한국전쟁의 실상을 우리는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 전쟁이 사망자, 부상자, 재산손실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우리 부모와 형제를 이유도 모른 채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한국전쟁의 상처는 진정으로 치유되기 시작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파주에서」독자들에게 『국민은 적이 아니다』 일독을 진심으로 권한다.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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