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적들', 죽은 그들의 공통점

[인터뷰] <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 펴낸 신기철 소장


사물을 보는 눈과 역사를 보는 시각은 크게 세 가지 시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피해자의 시각이고 둘째는 가해자의 시각이다. 셋째는 '중립'이라는 미명을 쓴 겁쟁이 혹은 방관자의 시각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이고 '제주4.3항쟁'이지만 같은 사건을 가해자는 '광주민중반란'과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폭동'으로 표현하고 기록한다.


내가 지난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직장동료'로 만난 신기철은 피해자 입장에서 사물을 보고 역사를 기록한다. 사실 피해자 입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배고프고 고달프다.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을 하는 국가에서는 가해자 입장을 대변해 주고 가해자 시각으로 역사, 특히 현대사를 기록하는 일은 너무나 쉽고 수월하다. 정부에서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해줄 뿐 아니라 어엿한 '자리'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기철은 이런 '달콤한'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고 지난 10여 년간 피해자 입장에서 현대사를 조사, 연구했고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말 진실화해위원회가 문을 닫은 후 지금까지 5권의 한국현대사에 관한 책을 썼다. 대학교수도 5년에 5권의 책을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는 요즘 그는 들판에서 5권의 연구서를 쓴 것이다(처음 2권은 거의 '실업자' 상태에서 썼다). 

가장 최근에 쓴 책이 <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 한국전쟁과 이승만의 거대한 적들 이야기>이다. 역사 전공자인 기자도 이 책의 원고를 밤을 지새워보면서 많이 배웠고, 많이 느꼈고. 많이 가슴 아팠고, 많이 분노했다. 

이 책은 이승만 정권기 억울하게 학살당한 열 분에 관한 담담한 이야기다. 이 분들은 민주주의 혁명가, 숙청 군인, 항일운동가, 상식적인 시민들이었다. 왜 이승만은 이런 훌륭한 분들을 학살했을까?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우리현대사의 비극이고 신비한(?) 수수께끼다. 다음은 지난 한 달간 저자 신기철 선생과 국제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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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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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 한국전쟁과 이승만의 거대한 적들 이야기>를 펴낸 것을 축하드린다. 지난 2010년 12월 31일 진실화해위원회(아래 진실위)가 이명박 정권에 의해 문을 닫은 후 정부차원의 과거사정리는 막을 내렸다. 그 후 지난 5년여 간 들판에서 과거사정리에 관한 책을 무려 다섯 권이나 썼는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줄기차게 개인적 차원에서 과거사정리를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2000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부터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까지 고문, 학살, 실종이라는 국가 범죄의 생생한 사례들이 규명되었는데, 정작 진실은 수십 권의 보고서에 묻혀 봉인되어 버린 느낌이다. 실제 옛 조사기록을 다시 보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지난 과거사 기구들이 진실을 드러내어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묻었다고나 할까. 다시 끄집어내야하고 기회가 된다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의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덮자고 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하자고 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의 종료는 새로운 출발이어야 하는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 회피, 최근 사드(THAAD) 배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정책을 봐라. 박 정권이 하는 짓을 보면 국민주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다르다. 패배주의를 극복했다고 할까? 자기 권리를 정확히 주장하고 있다. 돈 몇 푼에 찌그러지지도 않고 지역의 이익도 넘어 서고 있다. 과거사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교훈은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국민 주권이 아니겠나? 이를 이해하는 오늘의 시민은 어제의 시민이 아니라고 믿는다. 내 작업이 그 흐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애국과 반공이란 이름 아래 반인륜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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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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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부제가 "한국전쟁과 이승만의 거대한 적들 이야기"인데, '이승만의 거대한 적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왜 이들(희생자나 피해자들)을 '거대한 적들'이라고 표현했는지?
"최근 고양금정굴사건 희생자를 '김일성 앞잡이', '죽창을 들이 댄' 부역자였고 이들을 총살한 행위는 '학살'이 아니라 '처형'이었다는 한 고양시의원이 있었다. 재판 없이 죽인 것은 맞지만 죽을 죄를 지은 것은 사실이라는 발언이었다. 명예훼손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승패를 떠나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7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애국이나 반공이란 이름 아래 집단학살이라는 반인륜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돌아보니 한국전쟁 전후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 것 같다. 그들은 이 책에 소개한 분들을 남로당원이나 사회주의자라고 보는데 나는 이 말이 타당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검토해 봤다. 결과 어느 판결문도 그 사실이 입증된 경우는 없다.

열 분에 불과하지만 집단을 지어봤더니 민주주의혁명가, 숙청 군인, 항일운동가, 상식적인 시민들로 나눌 수 있었다. 그랬더니 모두 '이승만의 적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승만 정부는 미군정에 의존해 친일파를 등용했고, 군내 비리를 통해 정치자금을 확보했다. 친일경찰과 군인들을 동원에 생존권 투쟁에 나선 노동자 농민들을 학살했고, 국군 수복 후에는 패전의 책임을 점령지역 민중들에게 떠넘겼다. 이에 반대한 사람들이 모두 이승만의 적들이었을 텐데, 결국 일반 국민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더라는 것이다."

- 이승만과 이승만 사후 박정희를 비롯한 오늘 한국의 수구세력들은 100만 민간인학살 희생자들의 억울하고 한 많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알면서도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하고 오히려 은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은 왜 그럴까?
"지난 2002년 '위령사업 촉구결의안'이 고양시의회에서 다루어질 때였다. 결국 부결되고 말았는데, 그때 의회 입구에 이런 내용의 벽보가 붙어 있었다. '여기서 무너지면 국가유공자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놀라운 이야기 아닌가? 민간인학살 사실을 인정하면 국가 존립이 흔들린다는 인식이다. 국가범죄에 대한 공범의식인 것이다. 이런 공범의식은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에도, 사드 반대 성주 집회에도 나타난다. 진짜 외부인들 말이다.

나는 이를 가해자의 범죄은폐 심리라고 본다.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는 불리한 순간마다 반공과 애국을 주장하며 은폐해 왔다. 반인륜 범죄행위에 대한 공범의식으로 포장된 추악한 부정비리의 진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무관심 같다. 너무나 보편화되어서 참상의 느낌이 없는 것이다. 무한경쟁에서 이겨 살아남는 것만을 최고로 여기는 사회는 생명의 가치를 폄하하는 문화를 갖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범죄를 용인하는 사회. 우리 사회가 그 지경까지 간 것은 아니길 바란다."

김창룡조차 '엉뚱한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

-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그들은 누구였나? 이들은 한국전쟁기 이승만 정권 아래서 어떤 삶을 살았나?
"100만 명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우리 주변 누구나 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만큼 피해자들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들, 쉽게 만날 수 있는 상식적인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분들은 사회의식 수준에 있어서 평균보다 조금 앞선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연령층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에 몰려 있었을 것이고.

해방 후 친일파들이 다시 권력을 장악하고, 일제도 시도하지 않았던 남북을 분단시키고, 쌀값은 오를 뿐 아니라 구경도 못하게 되고, 경찰의 감시 아래 투표하는 부정이 저질러지고, 사병들의 밥값까지 빼돌리는 부정부패한 장교들이 오히려 청렴하고 실력 있는 장교를 숙청하는 현실을 이런 분들이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저항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다. 이것이 1950년 5월 총선거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이승만은 2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전쟁을 맞은 이승만 세력은 이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던 것으로 본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건 국군수복 후 부역혐의자 학살이다. 희생자들 상당수는 정치적 반대자도 아니었다. 김창룡조차 그해 11월 말 시인하는 인터뷰를 한다. '엉뚱한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고. 이게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묻지 마' 범죄의 원형이다."

- 국방부에서 펴낸 <한국전쟁사>는 한국전쟁 직전 국군의 수가 9만8천 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국군 중 약 5%의 군인들이 남로당 관련 혐의로 군법회의에서 군복을 벗어야 했거나 총살당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기사 전문 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30936&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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