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경과유족 탄원서(초안)

2015.07.10 22:25

금정굴재단 조회 수:5019

탄원서(시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하여 2005년 3월부터 조사를 시작하여 2010년 12월까지 그 결과를 심의했습니다. 위원회의 조사활동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이 법에는 국가배상에 대한 규정이 없었으므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유족들로서는 민법상의 국가배상소송 외에는 달리 국가에게 후속조치를 요구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2011년 6월 울산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최초로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음을 알고 있던, 결단력 있는 유족들이 거둔 값진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적지 않은 유족들이 소송이라는 방법을 포기한 뒤였습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국가로부터 억눌리며 살았던 유족들로서는 이 소송에서 결코 승리를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유족들에게 가해졌던 국가폭력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소극적 태도는 국가의 억압에 순응한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 국가는 이러한 유족들을 “권리 위에 잠자는 자들”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국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먼저 성찰해야 합니다.

 

유족들은 잔혹한 국가범죄나 반인륜범죄를 처벌함에 있어 시효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마찬가지로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의 사죄와 원상회복 의무에 있어서도 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국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이행하기는커녕 적을 도울 것, 또는 적을 도왔을 것이라며 저지른 잔학한 범죄행위를 어떻게 국가 스스로 용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최근에는 진실규명 결정 사실조차 통보받지 못한 유족들도 적지 않았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고향에서 내쫓기다시피 당한 유족들로서는 연락처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경우도 많이 확인됩니다. 일가족이 몰살당한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먼 친척들에 의해 뒤 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확인되는데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아와 다름없이 살아 온 유족들로서는 물질적 배상에 무관심하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스스로의 힘만으로도 크게 성공한 유족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부분은 한국 사회의 저소득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모형제가 그렇게 처참한 죽음을 겪지 않았다면 이 지경으로 살고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난하게 살아 온 유족들에게는 국가배상의 기회 역시 ‘작지 않은’ 희생자 명예회복 조처’에 해당합니다.

 

시민의 대표자이시자 입법자이신 의원님들께 호소 드립니다. 유족들의 물욕을 꾸짖기 전에, 국가의 재정상황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국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 고민해 주시어 시효경과로 명예회복의 기회를 잃은 유족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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