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李夏永, 1902년생)은 국군 수복 후 1950년 10월27일 고향인 성주에서 경찰에게 연행된 후 선남면 선원리 낙동강변에서 학살당했다. 당시 선남면에서 강변으로 끌려가 함께 희생된 주민들은 모두 48명이었지만 다른 곳에서 끌려온 희생자까지 합치면 전체 희생자 수는 200여 명에 이른다.

둘째아들 이선근씨(1932년생)는 2013년 타계 직전 필자와 면담 녹취한 자료를 남겼다. 1960년 4.19혁명 당시 위령제를 둘러싼 군, 경찰의 방해 경험에 대한 증언은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이 노인은 군에 입대한 후 아버지의 복수를 꿈 꿨지만 당시로서는 상대가 국가권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생업에서 은퇴할 때까지도 연좌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이선근씨의 회갑기념 회고록 <성산백의 후예들>에 수록된 이하영 선생의 사진.

한개마을에서 태어나다

이하영은 1902년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 한개마을에서 태어났다. 사드(THAAD) 미사일이 배치되면 크게 피해를 볼 마을들 중 하나이다. 항일정신이 투철했던 선생의 모친은 일본학교 다니면 왜놈 된다며 한학만 가르쳤다고 한다. 성산 이씨가 600여 년 동안 살아 온 한개마을은 봉건 전통을 강조하는 마을 분위기 때문에 진보적인 사상이나 이념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드물었고 이 때문인지 국민보도연맹에 가입된 주민들도 없었고 따라서 1950년 국민보도연맹사건의 희생자도 없었다고 한다.

항일운동자금을 대다

일제강점기 선산군 고아면 새올마을에서 1931년부터 술도가를 경영하면서 독립운동에 자금을 지원했다. 아들 이씨는 늦은 밤 양조장 뒷방에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사람들을 여러 차례 본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온 집안에 비상이 걸렸고 자신도 낯선 이들이 오는 지 감시해야 했다고 한다. 항일운동가들이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다녀갔던 것이다.

1938년 이하영은 만주의 광산개발에 투자한다며 양조장을 팔고 집도 구미면 원평리 각산마을로 이사했다. 당시 양조장 매각을 서두른 이유는 일본 경찰이 술도가에서 독립운동자금이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양조장을 처분한 돈은 당시 독립운동을 하던 외조부 의관 심경택의 부하들에게 제공되었다고 한다.

아들 이씨는 국민학교를 졸업한 13세인 1945년 3월 선반공 징용노무자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갔다. 태평양 전쟁 말기 일하던 공장이 미공군의 폭격을 당해 파괴되었고, 할 일이 없어지자 배를 타고 일본을 떠나 원주로 이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던 중 일본 근해에서 기뢰에 폭침을 당했는데 그때 문에 손을 끼여 크게 다쳤다. 최근 일제하 강제동원 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한 뒤 부상당한 손 때문에 300만 원을 보상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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