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광의면 사건 희생자 유족 최락환 선생님을 인터뷰했습니다.

11월 8일 아침 10시부터 시작된 인터뷰는 점심 식사 후에도 이어졌으니 거의 3시간을 꽉 채웠습니다.


20161108_최락환.JPG


현재 미아동에 살고 계시는 최락환 선생님은 1940년생으로 태어난 곳은 평양이었습니다.

구례 출생의 아버님께서 술도가 등 사업을 평양에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안에서 한국전쟁 전후 희생되신 분은 할아버지 최귀순, 아버지 최정호, 큰 삼촌 최영호, 막내 삼촌 최진호, 외삼촌 김용우, 김00 등 모두 여섯 분이었습니다.


희생되신 친인척 일가족 중 가장 먼저 희생되신 분은 막내 삼촌이였습니다.

전쟁 전 어느 해 봄, 꽃이 피기 직전의 살구 나무 아래에서 놀던 최선생은 마을에 진입하던 군인들을 목격 했습니다.

30~40명의 누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온당리 입구에 도착하자 일렬 횡대로 서서 마을에 대고 사격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100여 호에 달했던 마을에 들어가 집집마다 무엇을 찾는 지 뒤졌습니다.

무서워서 집으로 뛰어들어간 최선생은 막내 삼촌이 마루 밑으로 숨는 모습, 이어 들어 온 군인들이 삼촌을 끌어 내 무릎을 꿇린 후 뒤에서 목을 쏘는 모습, 총을 맞고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자 끌고나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구례경찰서로 끌려간 삼촌은 하루만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곧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날 같은 마을에서 삼촌의 친구도 함께 희생되었습니다.


며칠 뒤 큰 삼촌이 구례경찰서로 끌려갔다 나온 뒤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며 토벌부대들에게 끌려 지리산을 향해 떠났고, 같은 날 성삼재에서 총살당했습니다.

시신이라도 찾으러 간 할아버지와 가족들은 어느 낭떨어지에서 핏자욱이 그친 것을 보았습니다. 죽여서 천길 낭떠러지에 버렸던 것인데 시신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여순사건이 나고 12연대가 구례지역을 토벌하던 1949년 봄 어느 날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할아버지는 국군이 후퇴하던 시기에 희생되셨다고 합니다.

삼촌들의 죽음 후 구례경찰서에 불려다니던 할아버지는 전쟁이 난 뒤 어느 날 밤뒤재라는 곳에 끌려가 총살당했고 부패한 시신들이 너무 많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국민보도연맹사건으로 희생되신 것으로 보입니다.


아버지는 무슨 활동을 했던 것인지 전쟁 전부터 지리산으로 피신했고 인민군이 구례를 점령한 두 달 동안 외에는 다시 지리산에서 지냈습니다.

인민군 점령기 할아버지와 삼촌들의 죽음에 대한 보복을 반대했던 아버지였으니 마을에서 모두 존경을 받았습니다.

토벌작전에 의해 산동면에서 생포된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살해당했고 효수되어 구례경찰서에 걸려있었는데 마을에서 모두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살아남은 할머니와 어머니, 선생 자신과 어린 동생은 헤어져 살아야 했습니다.

최 선생 본인도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아왔지만 여수 오동도 근처에서 고아원을 넘나들던 동생은 결국 굶어 죽는 아픔을 겪었다고 합니다. 


한 집안의 사례만으로도 우리 시대 비극의 역사를 그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태안위령제에서 뵙고 두번 째였으니 정말 하고 싶었던 말씀을 못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말씀을 기초로 구례지역 현황을 정리한 뒤 다시 뵙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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